살면서 만나거나 알게 된 소중한 이들의 죽음은 실시간으로 접하고 애도해도, 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은 바로 그 순간에 축하해 줄 수가 없다. 인간은 원래 일방통행하는 시간의 세계를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제한적으로나마 시간 여행이 상용화된 세상이니, 20년 전 고인이 된 그 사람이 탄생한 과거의 그때로 가서, 아무 민폐도 끼치지 않고 다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먼발치에서나마 축복해 주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그 사람을 알기 전의 모든 생일도.

그러나 이 모든 일은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그래서 주위의 믿을 만한 사람 중 시간선(timeship) 사업에 관여하는 친구에게 슬쩍 부탁해 보았다.

"안 되겠는데. 네가 그 시간으로 이동하면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해서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이 99%야."

며칠 후에 연락이 닿은 친구는 혀를 찼다. 그 사람의 생일이었다.

그날 저녁, 홀로 테이블에 앉아 말없이 와인을 한 잔 따랐다. 실내에 감도는 음악은 배경음악이 아니었다. 오늘의 주인공을 대신해 이 자리에 나와 준, 현재진행형의 차곡차곡 쌓인 과거였다.

시간을 넘어 여기까지 온 그 선율을 향하여, 와인 잔을 들었다.

생일 축하해요, 지금은 이승에 없어도, 이 세상을 살면서 누군지도 모를 나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만은 시간이 끝을 맞이해도 변함없을 사람.



- 2017.09.25. - (9월 26일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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