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에서도 연재합니다.

(연재처 링크)



여명을 쏜 아이


1. 백금빛 아침



요 녀석 참, 야무지고 똘똘한 게 딱 제 애비네. 아휴 참, 이렇게 예쁘고 잘생긴 것 좀 봐. 제 아빠랑 꼭 닮았네. 아니야, 할아버지를 빼닮았어. 그렇죠, 아버님? 조부모님 댁에 모여 재호를 마주할 때마다 일가 친척들은 판에 박힌 레퍼토리로 이렇게 소란을 떨었다.

다섯 살 난 사촌 동생의 또렷한 이목구비도, 새하얀 피부도, 어린아이답지 않은 침착한 눈빛과 고아함도. 아림의 눈에는 삼촌—아니, 셋째작은아버지일까—이 돌아가시기 전에 보았던 그 여성의 그것 그대로였다.

제 엄마를 닮아서 이렇게나 똑똑하고 예쁘다고 말하면 안 되는 일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열 살은 족히 알고도 남을 나이다.

집안의 일원으로 끝끝내 받아들이지 않은 아이 어머니의 존재를, 친척들은 물론이고 아림의 부모님도, 요절한 아이 아버지와 집안의 가장 높은 어르신을 동원해 열심히 지우고 또 지웠고, 조부모님은 그것을 침묵으로 방조했다. 집안의 이 모든 암묵의 규칙을 아림은 벙긋할 수 없는 입 속이 줄곧 쓰도록 잘 알았다.





‘작은어머니’라고 단 한 번도 불러 본 적 없는, 그 외의 어떤 명칭으로도 이름으로도 불러 보지 못한 그 여성을 아림이 처음 본 것은 1999년, 만 다섯 살 적 늦가을, 집에서의 일이었다.

4남매 중 막내인 숙부와 이제 생후 6개월이라는 아기와 함께 아버지를 찾은 그녀는 잠시 엿보았을 뿐인데도 어린 아림의 기억에도 뚜렷이 남을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아니, 그와 같은 용모와 분위기를 사람의 그것이라 할 수 있을까. 아림이 본 여느 어른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머리 모양과 차림새만이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을 뿐, 마치 어느 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여성이었다.

어쩌면 신비로운 별세계의 요정님이 이 세상의 인간 남자와의 사랑이란 주술에 걸려 고향에 돌아갈 생각도 잊고 몇 년 째 인간 세상에 발이 묶여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이듬해, 2000년. 바로 그 요정님이 처음으로 조부모님을 찾은 때는 숙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연초로부터 두어 달 뒤였다.

이후로도 조부모님을 필두로 한 일가 친척과 여성의 대면은 몇 차례를 이어졌고, 첫 번째 생일을 겨우 며칠 전에 맞이한 재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길러지게 되었다.

자신의 부모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는 채 조부모님 앞에서 아장아장 걷는 생후 14개월의 재호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한 이후로, 아림은 재호의 어머니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2018년의 그날까지는.



무난하다면 무난하게 지나간 18년의 시간 사이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림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무렵이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고 얼마 후, 아림은 부모님을 통해 할아버지의 부름을 전해 받았다.

“네가 앞으로 재호의 누나 노릇을 전보다 열심히 해 주면 좋겠구나. 네 할머니의 빈자리를 대신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이 할애비를 제외하면 가족들 중엔 아림이 네가 재호와 가장 가까우니, 너라면 지금 재호에게 무엇이 절실한지 잘 알겠지.”

‘재호에게 정말로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그때의 아림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할아버지가 아림에게 요구하는 답이 그와는 다르다는 사실도.

총명하고 늘 조용하고 눈빛 깊은 만 열한 살 문턱의 재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재에 관하여 단 한 번도, 아림은 물론 아림이 아는 주위의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다. 오로지 부유한 명문가의 어른이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바라는 대로 학교 생활과 교양 습득에 충실하고 성적 우수하며 예의바른 도련님으로 착실히 자라나고 있었다.

그런 재호의 갈라진 틈을 아림은 지금까지 몇 번인가 우연히 엿보았다.

할머니가 시한부 선고를 받기 몇 주 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일요일 아침의 일이었다.

유난히 일찍 달아난 잠을 도로 붙들어 보려 침대 위에서 억지로 눈을 감고 있기를 10분, 아림은 결국 침대를 빠져나왔다.

아림의 집은 서초구에 위치한 너른 2층 주택으로, 2층의 각 방이 가족들의 침실로 쓰였다. 부모님, 오빠, 아림. 각각의 그룹에 배정된 방이 셋, 손님용으로 남겨 둔 방이 하나.

마침 아림의 집에 하룻밤을 지내러 온 재호는 손님용 방에 홀로 잠들어 있었다. 이전에도 수 차례 이 집에서 하루씩 머물렀던 재호는 오빠와 함께 잠을 청한 일이 없다. 재호가 혼자서도 밤을 잘 보내는 덕이기도 했지만, 오빠와 재호는 썩 친하지 않았다.

주방으로 가 시원한 물이라도 마실 생각으로 2층 복도를 걷던 아림의 눈에 살짝 열린 손님용 방의 문이 들어왔다.

무심코 눈길을 향한 그 틈으로 전신거울 앞에 선 재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왔나. 아직 잠을 덜 깬 듯하기도 한 모습이다.

그 일은 다음 행동을 생각하기도 전에 일어났다.

백금빛.

문틈으로 보이는 새까만 뒷머리가 돌연 백금빛으로 변해 잔잔하게 빛났다.

거울 앞에 재호가 움찔해 제 머리를 더듬는 동안에도 머리카락은 그 햇살 같은 빛을 거두지 않았다.

꿈인가 생시인가. 좁은 틈 너머의 광경에 당혹스러워하는데, 재호가 뒤로 홱 돌아섰다. 퍼뜩 놀라 재빨리 바로 옆의 모퉁이를 돌았다. 모퉁이 뒤로 모습을 감추자 곧 문 닫는 소리가 다급하게 쾅 하고 울렸다.

재호는 어떻게 된 것인가. 엿보던 것을 알아챘을까.

두방망이질치는 가슴을 안고 아림은 숨죽여 그 두 가지만을 생각했다.

“뭐야?”

굵은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화약처럼 터졌다. 아림은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뭐냐고, 아침부터 시끄럽게.”

짜증에 찬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이는 언제 복도로 나왔는지도 모를 오빠였다.

“아, 악몽을 꿔서, 무서워서 그만…….”

안심이 되는지 불안한지 분간이 안 되는 채로 아림은 겨우 둘러댔다.

세 살 위의 친오빠라지만, 아림은 도통 아완이 편치 않았다.

집안의 장손인 아완은 어릴 적부터 영리하고 쾌활하며 주변 분위기를 이끄는 재주가 있어 주위에 모여드는 이가 많으나, 사적으로 마주하는 가까운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 뜻에 따르지 않으면 고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누구에게도 손찌검을 하는 법은 없으나 명백히 상대에게 상처와 공포가 되는 그 폭력성은 부모님은 물론이고 집안의 하늘 같은 조부님조차 좀처럼 어찌하지 못했다. 어른들도 그저 적당히 쉬쉬하는 가운데, 친여동생인 만큼 아완의 감정 풀이 대상이 되기 쉬운 입장이었던 아림은 언제부터인가 한 지붕 아래에서조차 되도록 오빠와 마주치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일상을 조정함으로써 그 교묘한 포악함을 가급적 피했다.

고백하자면, 조부모님의 요청에 따라 친구들과 놀 시간도 아껴 조부님 댁을 빈번히 오가며 친남매처럼 가까이 지내는 재호의 존재는 아림에게는 삶의 보람인 동시에 오빠를 생활 반경에서 걷어내는 데에 효과적인 자원이었다.

재호는 가족과 부계 친척 중 아완이 선뜻 멋대로 대하지 못하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여덟 살이나 연상에 체격도 한참 큰 사촌 형 앞에서 재호는 어린아이 같지 않을 정도로 냉정침착했다.

더구나 장손인 아완보다도 어떤 면에서는 훨씬 듬뿍 할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손자다.

할아버지의 눈치를 보기 급급한 어른들은 두말할 것도 없지만, 할아버지의 권위 따위에는 아직 별 관심 없는 사촌들도 재호에게 데면데면하기는 해도 구태여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아완에게는 그야말로 눈엣가시지만 손쓸 방도가 없다. 아직 만 10세에 불과한 이런 ‘영악한 꼬맹이’를 상대로 기싸움을 벌여 보았자 저만 손해다.

쭈뼛거리는 아림을 노려보던 아완은 잠시 후 모퉁이를 향하여 시선을 쏘더니, 직접 성큼성큼 그쪽으로 걸어가 고요한 저편을 엿보고는 곧 이리로 눈을 돌렸다.

“네가 초딩이야? 꿈 갖고 그 법석을 떨어. 에이 씨, …….”

싸늘한 눈을 하고서 일부러 끝맺지 않는 한 마디를 던지고는 아완은 아림을 홱 지나쳐 제 방으로 돌아갔다. 저편에서 문 닫는 소리를 듣고서야 아림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날 아침상에서 마주한 재호는 평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재호의 머리카락은 언제 검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는 듯 검었다. 재호는 밝고 공손했고, 재호가 이 집에 와 다섯이서 식사할 때 으레 그렇듯, 부모님은 연신 웃음을 지었다. 아완은 아림보다도 재호를 더 빈번히 날카롭게 힐끔거리다 눈길을 거두기를 거듭하며 태연한 척 식사를 계속했다.

이후, 아림은 재호에게 한 번도 그 새벽의 일을 묻지 않았다. 재호도 아림에게 그 일을 단 한 번도 털어놓지 않았다. 일요일 새벽의 백금발은 꿈속의 한 장면이었나 싶도록 기억에서 옅어져 갔다. 병마가 기세등등하게 할머니의 생명을 앗아가는 동안, 재호는 그저 할머니의 고통을 염려하고 슬퍼하며 누구에게도 걱정을 끼치지 않는 사려 깊은 어린아이였다.

다만 한 가지, 예전과 명백히 달라진 점이 하나 있었다.

재호가 아림과 둘이서만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 읽는 책들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적부터 재호는 정말 다양한 책을 읽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할머니를 따라 재호와 함께, 혹은 재호를 직접 데리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갈 때면 아림은 어린 재호가 고르는 책들의 다양함과 난이도에 눈이 휘둥그레지곤 하였다. 그러나 그날 이후, 어쩌다 아림이 책 읽는 재호를 힐끗 보면 눈에 얼핏 들어오는 책들의 제목은 예전에도 좀처럼 보지 못한 영역의 것들이었다.

고대 문명의 비밀. 종교. 비밀결사. 음모론. 정신의학. 유전공학. 천체물리학. 양자역학. 평행우주. 외계 문명.

대학생에게도 읽기 쉽지 않을 듯한 책을 읽고 때때로 아림에게 명료하게 요약까지 해 주는 일은 재호에게는 예사였지만, 이런 책들을 찾는 재호는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 중 어떤 것은 ‘영어라면 이미 성인 원어민급’이라고 자신하는 아림에게도 생소한 영문 서적이거나 제목조차 난해한 논문, 이름만 보아서는 정체를 모를 학술지였다.

그리고 재호는 그 책들 중 어느 것의 내용도 아림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뭐 읽어?”
“<양자역학으로 본 아틀란티스 문명의 존재 가능성>.”
“……무슨 내용이야?”
“나도 알고 싶어.”

어쩌다 건넨 질문에 돌아오는 답변은 하나같이 이러했다.

그렇게 영문 모를 독서에 열중하다 책을 덮는 재호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지친 빛이 어렴풋이 떠올라 있었다.

불안. 갈망. 외로움.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표정은 그렇게 형언할 법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거기까지는 몰랐지만, 재호는 다른 때에도 문득문득 분명히 위태로워 보였다. 누구에게도 그 위태로움의 이유를 털어놓는 일 없이 홀로 무엇인가를 마음으로 응시하는 시선.

……역시 부모님이 없으니 허전하고 불안한 걸까?

그러나 재호 친부모님은 이미 집안 사람들에게는 재호 앞에서 덮어 가려야만 할 존재였다. 처음부터 가려졌던 그녀는 물론이고, 돌아가신 숙부도 어느 사이엔가.

어른들이 충실히 지키는 침묵은 재호를 위한 배려가 아니었다. 부모 없는 재호의 심정 따위, 어차피 처음부터 재호의 마음이 아닌 할아버지의 뜻에만 관심이 기울어져 있었던 어른들은 누구 하나 헤아리지 않았다.

암묵의 금기고 뭐고 결심을 굳히고서, 편찮으신 할머니께 숙부와 ‘재호의 어머니’에 대해 조심스레 여쭈었다가 꾸지람만 들었다. 재호도 묻지 않는 그 둘을 어떻게 네가 입에 담을 수 있느냐. 네가 재호에게 어떤 누나인데. 이 할머니가 눈을 감더라도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꺼내지 말아라. 재호는 물론이고 누구 앞에서도. 특히 할아버지 앞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아니, 할아버지의 보물이자 희망. 그렇게 할아버지는 재호에게 마음을 쏟았다. 할머니는 어떤 일에서도 할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뒷받침하는 분이었고, 아림은 당신과 할머니의 연로함이 필연적으로 만드는 빈틈을 메우는 존재로 정해져 있었다.

이제 할아버지가 아림에게 요구하는 것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빈자리까지 채우는 일이었다.

재호가 어머니를 궁금해할 겨를이 없도록.

재호의 어머니.

6년 가까이 할아버지의 뜻에 따르는 동안에도 잊히지 않은 그 여성의 모습.

날이 갈수록 재호는 아림의 기억 속 그녀를 쏙 빼닮은 모습으로 자라났다. 그새 아완과도 별 차이가 없을 만큼 자라난 키를 줄이고, 골격을 적당히 가늘고 부드럽게 다듬고, 얼굴선을 살짝 바꾼 뒤 머리 길이며 모양을 적당히 조절하기만 하면 바로 그 생모의 모습이 될 터이다. 아직 앳되기는 하지만.

그런데, 제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재호도 갈수록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신비함을 더해 가고 있었다.

재호는 용모도 수려하지만 머리도 비상하고, 아는 것도 많고, 유달리 의젓하고 침착하기에 그 나이 또래와 사뭇 다르게 보일 만도 했다. 하지만 이 특유의 분위기는 그런 ‘인간의 표준분포’ 내에서 설명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딱 기억 속 재호의 어머니다.

그렇다. 그 일요일 새벽에 돌연 백금빛으로 빛난 재호의 머리카락.

판타지 아니면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현상.

완전히 잊었을 리가 없다.

‘인간 같지 않게 신비로운’ 재호와 재호의 어머니, 백금빛은 대체 어떤 관계에 있는가.

“졸업이 코앞이니까, 염색이라도 해 보면 어때?”

재호가 고등학교 졸업을 기다리던 2월 어느 날, 아림은 짐짓 태연하게 제안했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할아버지의 반대는 구태여 염두에 두지 않은 척한다.

“염색?”
“응. 염색이든 탈색이든 기분 전환 겸. 백금발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그날 엿본 광경을 언급하는 대신 그렇게 제안하고 대답하자, 재호의 얼굴빛이 순간 변했다. 그 빛은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안 좋아하실 텐데.”

그 목소리에는 별 감정이 묻어 있지 않았다.

“남들보다 두 살쯤 어리지만 이제 어엿한 대학생인데, 그 정도 자유는 누릴 수 있잖아? 할아버지도 그쯤은 이해하셔야지.”

‘백금빛’의 의문도 잊은 채 다시 한 번 권유하면서 아림은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자신은 이미 몇 해 전부터 대학생이고 성인인데, 조부님이나 부모님, 오빠 따위로 대표되는 통제와 권위, 권력에의 도전을 당당히 실천에 옮길 만큼 대담해지지 못했다.

도전이라야 3학기를 마치고서 휴학하고 재호도 뒷전으로 둔 채 PEET를 준비해 작년에 시험에 합격한 것뿐인데, 그마저도 재호 또한 학업으로 바빴던 덕에, 그리고 40여 년째 의약업에 관여하는 부유한 집안의 손녀에게 약사 면허가 ‘없어도 그만이지만 쏠쏠한 시집 밑천’이라 용인된 일에 불과하다.

어머니에게 의사 면허와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이 그러했듯이.

그게 전부다. 아림은 여태 부모님의 통금 명령 한 번 ‘어겨’ 보지 못했다.

집안의 권위에 도전장도 못 내밀면서, 집안의 권위에 도전할 것을 자신보다 어린 사촌 동생에게 권유한다.

성실하고 똑똑한 손주의 해외 유학쯤 아무 부담도 되지 않을 조부님에게 해외 유학을 한사코 반대당해 국내 대학 진학을 택해야만 했던 재호에게.

‘반항’을 권하는 자신의 발언에 놀라고, 뒤이어 찾아온 부끄러움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 부끄러움을 재호가 알아채지 못했을 리 있을까.

“누나 말이 맞아.”

아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재호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답했다.

같은 달, 교정도 사시사철 아름다운 서울 소재 일류 명문고의 졸업식 날. 졸업장을 받고 카메라 앞에 선 재호 곁에는 아림과 아림의 어머니, 조부님, 고모가 서서 함께 사진에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재호의 머리카락은 아직 검은색 그대로였다.



[이하는 PR 노출용으로 추가된 유료 콘텐츠입니다.
내용은 본 소설에 관한 간단한 혼잣말뿐이니 결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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