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후반부 내용을 수정해 3편을 다시 포스팅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브릿G에서도 연재합니다.

(연재처 링크)



여명을 쏜 아이


3. 아침해 (1)



1월 11일 오전 6시까지 서초구 ○○로 ×× □□빌딩 뒷편 지하주차장으로 나와 주십시오.
지하 2층 B-12에 저희 측 3인이 대기하고 있을 예정입니다.
자세한 접근 경로는 내일 통화 시 알려 드릴 것이며, 그 장소에서 차로 한 시간 가량 이동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신. 이 번호는 발신 전용입니다. 이후의 유사시의 연락은 내일 저희가 통화로 안내할 ARS로 시도해 주십시오.





혜화에서 민경이와 아침을 먹고 8시 경에 조조영화를 보기로 했으니 해 뜨기 전에 집을 나가겠다고 아림은 부모님께만 말씀드리고 어렵지 않게 허락을 받았다.

약속한 날짜. 아무도 깨지 않도록 조용히 집 대문을 나선 때의 시각은 새벽 다섯 시 반이었다. 1월 한반도 중부 지방의 그 시간대는 역시나 깜깜하고 차디찼다.

택시를 타면 그 빌딩에 5분 안에 다다를 수 있겠으나, 조금 일찍 나와 걸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딸아이가 ‘남자와 사고칠까’ 싶어서 다 큰 딸을 통제하는 부모님들은 야심한 밤에 딸을 집에 붙들어 두기만 하면 ‘딸이 순결을 잃는 일’은 막을 수 있다고 믿는 듯했다.

실상 딸들은 마음만 먹으면 하루 24시간 어느 곳에서건 ‘순결을 버릴’ 수 있었다.

다만 20대 아들딸들이 ‘놀아나다’ 무슨 일이라도 나면 비난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맞는 것은 주로 딸뿐이었다.

그 점만은 부모님들이 옳았다.

이성교제에 아무런 흥미도 없고 기껏해야 어른들께 혹은 비슷한 가정 환경의 지인에게 누군가를 소개받아 두어 번 어색하게 만나고서 끝난 교제 두 번만이 이성교제 경험의 전부인 아림도 그 정도는 알았다.

남자와의 연애에 흥미가 없으니 자신은 혹시 동성애자인가(캠퍼스에 걸린 성소수자 동아리 홍보물이며 SNS의 여러 발언들을 스쳐 지나가다 보니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하여간 연애에는 아무런 열망이 없다. 그 열망을 누가 강요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

온갖 크고 작은 위험과 대가가 여자만의 몫이 되기 일쑤인 이성교제에, 그토록 억지로 흥미를 갖고 목을 매야 할 가치가 과연 있기는 할까. 하긴, 처음부터 그런 ‘운 없는’ 상황, ‘실수를 저지를’ 상황을 일일이 예측해 가면서 연애를 권하는 이가, 남자를 만나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혹시, 재호의 어머니도?

그녀는 어릴 적 기억 속 모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이 사회의 울타리 바깥에 속한 존재로 보였다. 요전의 통화로 그 짐작은 명백히 진실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숙부, 부모님, 일가 친척들, 조부모님. 이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일가와 ‘피가 섞인 아이’로 얽힌 이상 울타리 안의 규칙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인적 없는 길을 걷고 있으니, 어느 사이엔가 저만치 앞에 목적지인 빌딩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내받은 대로 지하 2층의 지하주차장에 들어가 B-12라 적힌 곳을 찾았다.

약속한 지점에 주차된 평범한 은색 중형 국산 승용차를 둘러싸고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이쪽을 향하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세 사람은 전부 제법 젊은 용모의 여성이었다. 하나같이 일반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겨서 아림은 잠시 주춤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일반에서 벗어난 분위기 덕에 이들에 대한 경계심이 옅어짐을 동시에 느꼈다.

오른편 뒷좌석 문 앞에 서 있던 여성이 어서 차에 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림은 은색 승용차로 다가가 오른편 뒷좌석에 몸을 들였다. 검은 옷의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 탑승하고, 차 문이 닫혔다.

시동이 걸린 자동차는 곧바로 지상으로 나왔다.

아직 어둑한 빌딩 숲 사이 대로는 잠이 깨기 직전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따금 다른 차량을 한두 대 스쳐 지나가던 승용차는 경부고속국도로 들어섰다. 빌딩과 공동주택, 낮은 산과 들판 따위로 이루어진 대도시의 외피가 뒤편으로 연속해서 사라져 가기를 수 분, 자동차는 이번에는 전원적인 풍경의 일반국도로 빠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길을 나아간다 싶더니, 터널이 홀연히 눈앞에 나타났다.

들어선 터널은 평상시에 흔히 차로 통행하는 터널과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조명도, 내부도. 적어도 이 나라에서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15분쯤 달렸지 싶은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상 밖의 생소한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잠시, 새벽부터 서두른 데다 창밖으로 서늘한 빛의 똑같은 광경만 어두침침하게 이어지고 있으니 슬슬 졸음이 온다. 눈이 감기려던 찰나, 창밖이 조금 밝아졌다. 저 앞에 검문소가 모습을 드러내고, 자동차가 멈추어 선다.

운전석의 여성이 창문을 열고 검문소의 여성과 무언가 몇 마디 말을 조용히 주고받은 뒤, 자동차는 다시 출발했다. 조금 밝은 터널을 잠시 지나가니, 주위 풍경이 일변했다.

높다란 유리벽과 유리 천장으로 둘러싸인, 주차장처럼 바닥에 구획이 나뉘고 차량 몇 대가 흩어져 각자의 칸에 주차된 넓은 공간. 유리벽 너머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옅은 조명을 사이에 둔 채 서 있고, 한 켠에는 작은 폭포도 자리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인지 온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공간의 어느 빈 네모칸 하나에 승용차는 주차되었다. 차에서 내린 아림은 위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천장 너머로도 나뭇가지들이 뻗어 있으며, 그 위로는 그새 조금 밝아진 새벽 하늘이 보였다.

공기는 겨울 같지 않게 제법 포근하다. 벗어 든 코트도, 들고 온 쇼퍼백에 넣은 머플러도 다시 몸에 걸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자신을 데리고 온 여성들을 따라 아림은 구석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세 사람 중 한 명이 아림과 동승했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위로 향하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의 평범한 내부를 둘러보며 지금까지의 일련의 상황을 정리해 본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동행한 다갈색 머리칼의 여성이 사무적으로 말을 건넸다.

“비밀 엄수하시라고 박사님께 말씀 들으셨지요.”

그새 선글라스를 벗어 눈앞에 드러나 있는 맨얼굴은 국적 불명의 생소한 인상을 띠었다.

“저, 박사님이시라면 그…….”
“자세한 이야기는 박사님께 들으시면 됩니다.”

불필요한 질문은 받지 않는다는 분위기의 대답이 입을 막았다. 엘리베이터 안은 몇 초 동안 그대로 조용했다.

“이 상황을 타인에게 말씀하신다면, 저희가 그 사실을 알기도 전에 당신이 위험해질 겁니다. 명심하시길.”

동행자가 조금 누그러진 어조로 덧붙인 경고에 이상한 불안이 가슴속에 솟았다.

무언가 중대한 비밀을 안고 비밀리에 활동하는 이들의 집단에 발을 들인다는 각오는 있었지만, 이 일을 발설하면 다른 누군가에게 해를 입을 수 있다니. 대체 어찌 된 상황인가.

그러나 물러날 수 없다.

재호에게 닥쳤을지도 모르는 위기의 실체를 아는 이를, 재호의 어머니임이 틀림없는 이를 앞에 두고서.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도착했습니다.”

동행한 여성은 아림을 문 너머 복도로 안내했다. 어느 호텔의 복도 같기도 한 수 미터 복도의 끝에는 빛이 아련히 새어 나오는 유리문이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시면 됩니다.”

자동으로 열린 문 안으로 여성은 아림을 들여보냈다.

문 너머의 공간은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카페 혹은 레스토랑처럼 보였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실내에 크고 작은 테이블이 적당히 규칙을 이루고 배치되어 있으며, 벽면은 온통 유리였다. 제법 밝아진 새벽 하늘과 낮은 산봉우리들이 그 유리 너머로 펼쳐져 있다.

일출을 몇 분 앞둔 바깥 풍경을 곁에 두고, 한 여성이 창가 테이블에 홀로 앉아 고개를 창 바깥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쪽에서 기다리십니다.”

출입구에 서 있던 다른 여성이 그 테이블을 가리켰다.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을 안고 아림은 그쪽으로 나아갔다.

검고 조금 긴 굽이진 머리카락에, 몸을 빈틈없이 감싼 검은 옷. 새하얀 피부.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 분위기는 그때와 다르지 않다. 눈앞의 여성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 때 그 기시감은 현실로 변했다.

“어서 와요.”

수화기로 들었던 것보다도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여성의 얼굴은 18년도 더 전에 마주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새벽부터 찾아오느라 고생했겠지요. 거기 앉아요.”

기억과 그 기억보다도 비현실적인 현실 사이에서 멍해진 아림을, 이어진 한 마디가 현실로 되돌렸다. 아림은 꾸벅 인사하고 여성의 건너편에 앉았다.

착석하자 곧, 소리 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눈앞에 에그 치즈 샌드위치를 올린 접시와 커피잔을 놓았다.

“7시 20분이에요. 이야기가 길 테니 천천히 식사하며 들어요.”
“……고맙습니다.”

아림은 머뭇머뭇 답례를 건네고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왜인지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새벽부터 서두른 덕에 일찍부터 군침이 도는 입 안에 따뜻한 토스트를 한 입 분량 넣고, 아림은 십여 년 만에 대면한 여성에게로 슬쩍 시선을 향했다.

선이 조금 더 부드럽고 가늘 뿐, 재호와 너무도 닮은 얼굴. 눈으로 보이는 나이는 많아야 오빠 정도일까. 어찌 보면 자신과 동갑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그러나 일반적인 잣대로는 나이는 고사하고 정체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가 서려 있다. 어릴 적 그때, 이 사람은 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것이 틀림없다고 느끼게 만든 그 분위기.

그러고 보면 오늘 집을 나와 마주한 사람들도 개성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적으로 아림이 아는 ‘이 세상’과는 동떨어진 정체 모를 별세계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일단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 보아도 눈앞의 이 사람은 ‘사람’ 이외의 존재임이 확연하다. 어쩌면 오늘 만난 여성들도 전부.

그리고, 이 여성은, 이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아는가?

혹시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재호를 지켜보았다면, 대체 어떤 방법으로?

아니, 그보다도.

“……저, 박사님이……재호의 어머니……인가요?”

아림은 얼른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물었다. 대답이 오기 전까지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랬었죠.”

여성의 표정에는 별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아, 성함도 모르고……계속 박사님이라고 불러도 괜찮은 건지…….”
“세이라. 편한 대로 불러요.”

주저 없는 대답에 아림은 어쩐지 주춤했다. 아무리 자기 연배로 보인대도 명백히 자신보다 훨씬 연상에다 사촌 동생의 생모인 이를 이름으로 부르기는 어색하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여성으로부터 도무지 현실 같지 않은 연락을 믿고 이곳까지 발걸음한 바로 그 이유의 전모다.

“……박사님.”

더 따질 것도 없이 아림은 여성을 똑바로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박사님이랑 여기 계신 분들은 어떤 분들이시죠? 그리고, 그게 재호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 거죠……? 재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걸 어떻게 알고 계시지요?”

그렇게 물은 순간, 시종일관 차분하던 세이라의 표정에 무언가 다른 빛이 떠올랐다. 생각에 잠긴 얼굴이 되어 침묵을 지키다, 왼 손목의 손목시계를 슬쩍 내려다보고, 이내 침착해진 시선을 다시 아림에게로 향했다.

“이야기가 길 거라고 했죠. 최대한 간추려 보죠.”

그러고서 세이라는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싶더니, 그대로 질문을 던졌다.

“□□빌딩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남자를 한 명이라도 보았나요?”
“……아뇨.”
“그랬겠죠.”

길고 검은 양 속눈썹이 두 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신들 지구 인류와 달리, 저희는 전부 여자뿐입니다.”

순간, 시간도 공간도 정지해 버린 듯이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야말로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상황. 그런데 납득이 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더더욱 당황스럽다.

“지금, 그 말씀은…….”

말을 잇지 못하는 아림을 앞에 두고 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저희의 고향은, 이 별에서 약 1천만 광년 떨어진 항성계에 있죠.”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하얀 왼 손목에 검은 스트랩으로 고정된 작은 시계에서 가느다란 기계음이 울렸다.

“……직접 보는 게 더 실감이 나겠군요.”
“네?”

아림이 어리둥절해진 때, 유리창 바깥에서 먼동이 환해졌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도 칠흑 같은 밤 하나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아……!?”

너무도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

웨이브가 진 검던 머리카락은 떠오르는 아침해의 햇살 같은 백금빛으로 빛났다. 머리카락뿐 아니라 눈썹도 속눈썹도.

8년 전 즈음의 어느 일요일 아침에 문틈으로 우연히 엿본 재호의 그 빛깔 그대로.

“길면 10분 정도는 지속될 거예요.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전하는 말을 듣고 아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카페 겸 레스토랑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성들의 머리카락도 제각각 비슷한 빛깔로 빛나고 있었다.

“어……어째서…….”
“저희가 저희 인류의 맥을 잇기 위해 개발한 유전형질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었지요. 이 정도로 눈에 띄게 된 건 단순히 부작용이지만.”
“생존이요?”

세이라는 입을 다물고 시선을 잠시 창밖으로 돌렸다.

“……고향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아림은 조심스레 물었다. 해가 솟은 순간부터 해뜰 무렵의 하늘 같은 빛깔을 띤 눈이 다시 아림을 향했다.

“어차피, 저희의 과거사 또한 상황의 이해에 필요한 지식이겠죠. 최대한 간략히 정리해 보죠.”

차분한 대답 앞에는 다시 한 번, 약간의 짧은 침묵이 있었다.

“본디 저희와 지구인은 매우 흡사한 생명체였고, 저희도 당신들처럼 여성과 남성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남성은 저희 별의 시간으로 640년쯤 전에 완전히 사라졌어요.”

아림이 목을 축이려 커피가 담긴 머그에 손을 대기도 전에 그 다음 말이 이어졌다.

“남성이 여성과 남성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래로요.”

머그 손잡이를 잡으려던 아림의 손은 멈칫했다.

“700년 전에, 인구 1억 명의 연합 하나로 뭉쳐 있던 저희 별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갈리어 서로를 죽이는 싸움이 벌어졌어요. 유구한 성차별이 급격히 심화된 끝에 여성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를 택했고, 남성들은 권력을 유지하기를 택했기 때문이지요.”

여성과 남성이 결합해 자손을 만들고 가족을 이루며 대를 잇는 종족 하나가 통째로 동성끼리로 나뉘어 상대를 죽이려 드는 일이 일어날 수나 있을까. 그러나 세이라는 분명히 자신들은 여성뿐이라고 말했다. 아림은 잠자코 듣기로 했다.

“전쟁이 십수 년 간 지속되면서 풍요롭던 인류의 삶은 황폐해져 갔어요. 흔히 말하는 전쟁에서 연상되는 대규모의 물리적인 타격은 오가지 않았지만, 인류 전체가 어중간하게 둘로 나뉘어 장기간 다투고 있으니 사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가 극히 어려웠죠. 이때, 여성들을 이끌던 당대의 여성 고급 두뇌들은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두 가지라지만, 실은 한 덩어리의 동일한 이론을 바탕으로 제각기 갈라져 나온 거죠. 하나는 여성의 신체가 일상적인 분량의 항성 복사 에너지만으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도록 인체를 변화시키는 약물, 또 하나는…….”

때마침, 백금빛이던 머리카락이 흑발로 되돌아왔다.

“남성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악성 코드.”

다시 새까만 빛으로 돌아온 두 눈이 한 번 깜빡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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