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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절도 용의자의 유보된 세계

맙소사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

출동 중이라는 사실이 애석할 정도로 주변 경관은 아름다운 경이의 연속이었습니다. ‘세계’의 파편이 맥락 없이 무작위로 분산되어 둥둥 떠다니는 점은 이전까지 다녀온 여느 현장들과 동일했지만, 이렇게 허공과 지면의 구분조차 없이 밤하늘의 온갖 성단으로 물든 듯한 저녁 하늘만이 펼쳐진 신비로운 공간 안을 걷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나 생생한 광경도 난생 처음 만나는 것 같군요.

가만. 왜일까요? 이전까지 임무를 수행한 기억들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 현실이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지금 이 세계, 통칭 PH-verse만이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유일한 현실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이런 사소한 의문에 허둥댈 때가 아니군요. 주위가 워낙 신기하니 엉뚱한 생각도 저절로 떠오르는 모양입니다. 나답지 않군요. 타 인격의 설정을 절도한 인격체를, 때로는 다른 세계의 설정을 절도한 세계 하나를 통째로 상대해 가며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의 개별성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이 일에 몸담은 지만 벌써 십수 년, 이런 실제인 듯 실제가 아닌 세계의 신기함에 휘둘리던 초보 시절은 진작에 지나갔는데 말이에요.

마음을 다잡고, 저 앞에 우두커니 선 이번의 설정 절도 용의자의 뒷모습을 주시해 봅니다. 살금살금 몇 발짝 다가갔는데, 등만 보이고 있던 젊은 남자가 이리로 돌아섭니다. 이런. 준수하고 선하게 생긴 인상이 도무지 ‘절도’라는 범죄에 어울리지 않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겉모습만으로 상대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건 상식이며, 더구나 인격체가 인격체를 보고 받는 직감적인 인상은 설정 절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요. 사실 저 준수하고 성실하며 지적인 얼굴도 이번 건 피해자의 그것과 뻔뻔하리만치 흡사합니다. 차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연령대 정도일까요. 저 사람이 정말로 범인이라면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자신과 동일한 세계의 인격체를 목표로 삼은 범죄이니 더더욱 뻔뻔한 노릇이지요.

나는 용의자의 인적 사항을 머릿속에서 대강 검토해 보고, 이쪽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남자에게로 성큼 다가갔습니다. 내가 움직임을 재개하자마자 남자는 두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꼼짝도 않고 나를 주시했습니다.

“스탠리 B 박사님 되십니까?”
“누구……신지?”

남자는 자기 눈앞에 내가 나타나 다가와서는 말까지 걸고 있는 이 상황이 현실이라는 것 자체가 황당하다는 눈치였습니다. 하기야, 남자가 속한 세계에서 ‘곰’은 이처럼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존재에 포함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일까요. 나는 이차원(異次元) 포켓에서 세계・인격조율부 요원증을 꺼내 남자의 눈앞에 내밀었습니다.

“<세계・인격조율부>에서 나왔습니다. 귀하에게 설정 절도의 혐의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세계・인격조율부? 설정 절도?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야…….”

나의 정면 사진과 R로 시작되는 이름, 소속 기관 따위가 당당히 박혀 있는 요원증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얼굴에 썩 어울리지 않는 말투로 투덜거리는 용의자의 주위에 요원증은 반투명 구속벽을 둘렀습니다. 나는 절차에 따라 필요한 말을 계속 전했습니다.

“귀하는 우주서기 2017년 12월 경 PH-verse의 인격체 로렌스 E의 설정 중 얼굴과 머리 스타일을 절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바, 세계・인격조율부의 조사에 응할 의무가 있으며, 불응할 경우 설정 절도 범죄의 최고형인 영구 개체 파기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귀하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잠깐만, 로렌스라고? 에버렛 박사의 부친‘이었던’?”

남자가 단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내놓아 말을 잘랐을 뿐인데, 순간 구속벽이 슥 사라졌습니다.

“뭐 한 거에요!? 조사에 불응하면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방금……!”
“난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남자는 무얼 그리 호들갑이냐는 듯이 대꾸했습니다.

“그보다 당신들 그 세계・인격조율부인지 뭔지, 이런 건수가 있으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은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는 게 수순일 텐데, 날 찾아와선 내가 생겨나기도 전에 파기된 사람을 들먹이며 날더러 그 사람 설정을 훔쳐 왔다고 조사에 협조니 불응이니 하고 있으니 웃기지도 않다고요.”
“파……파기됐다니요? 제보를 받은 뒤로 피해자의 소재와 현 상태는 전부…….”
“그 제보는 조직의 누구에게 전달받았죠? 그리고 R씨, 당신과 일하는 동료들, 상사, 부하, 전부 어떤 이들이죠? 그들의 이름과 생김새, 뭐 하나라도 기억나요? 당신은 몇 살이며, 고향은 어디고?”
“……예?”

순간 딛고 서 있던 ‘하늘’이 정말로 허공이 되어 온몸이 아래로 쑥 꺼지는 듯이 머릿속이 아찔해졌습니다. 남자는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말없이 주시하다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래. 이 우주의 작가는 처음부터 R씨를 정규 개체로 둘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야. 쉽게 말해 당신은 일회용이죠. 일회용 중에서도 Z……는 아니고, Y, 아니, X등급? R씨를 처음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런 거였어.”
“지……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죠?”
“이거 알긴 해요? 당신, ‘현실 세계’의 어느 똥색 곰인형 캐릭터랑 이니셜도 생김새도 똑같은 거.”

남자가 한 손을 들어 손짓을 하자 내 앞으로 세계의 파편 하나가 이동해 왔습니다. 아니, 놀랍게도 그것은 세계의 파편과 생김새만 흡사할 뿐 실은 이 우주 외부 정보의 파편들을 비추는 창이었습니다. 창 너머로는 식빵 겉처럼 고소한 털 색에 까맣고 동그란 두 눈의 곰 하나가 귀여운 춤동작을 선보이는 어느 건물의 출입구 앞, 그 곰과 곰의 친구인 듯한 작고 밝은 색의 곰과 노란 새의 수십 수백 가지에 이르는 일상 속 평화로운 상황들, 역시나 같은 곰의 모습을 한, 수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캐릭터 상품들 따위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창에 비친 것은 바로 그 곰―아니지, 곰인형이랬나?―과 너무도 똑같은 나의 모습이었어요.

“아, 등 뒤에 지퍼도 달렸을 걸요? 못 믿겠으면 확인시켜 줄 수도 있어요.”

그런 걸 확인할 필요까지도 없었습니다. 내 머릿속은 완전히 새하얘져 버렸다가 이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맑아져 갔습니다. 어깨를 으쓱할 뿐인 남자가 눈에 들어오자 마음속에 울화가 밀려와서 나는 나를 비추는 창을 홱 밀어냈습니다.

“……남의 겉모습에 대고 똥색이니 뭐니 하지 마요!”
“부정해 봤자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정정할 수 있는 어휘 선택에 대신 열불내고 보자는 거군요.”
“아니, 제가 지금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으러 온 줄 알아요? 그리고 박사님은 환자들한테도 이렇게 막말해요? 다른 의사도 아니고 정신과 의사…….”
“상담? 정신과 의사? 여긴 병원도 아니고, 그쪽은 인간도 아니고 그냥 자기 할 일 하러 왔을 뿐인데 뭣 하러 피곤하게 의사 노릇 하며 당신을 내 환자 취급해요? 어거지로 한대도 땡전 한 푼 안 떨어지는데?”

남자는 시덥잖다는 듯이 대꾸하더니, 곧 표정을 고쳤습니다.

“어쨌든 똥색이란 말이 듣기 불쾌했다면 사과하죠. 당신을 정규 개체로 만드는 일은 유감스럽게도 내 권한 밖이지만요. 미안해요.”

공손한 미소까지 띄우고 순순히 사과의 말을 건네는 남자의 모습은 천사가 따로 없었습니다. 과연, 말만 곱게 쓰면 얼굴이 아까울 일도 없는데. 나는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감탄하고 있다 문득 떠오른 의문 하나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런데 박사님, 어떻게 저도 몰랐던 저랑 이 우주에 대해 다 파악하고 있는 거죠? 박사님은 그냥 정규 개체일 텐데요.”
“아, 그건…….”

남자는 머뭇거리다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난 당신이 말하는 스탠리 B가 맞지만 그 스탠리 B가 아니기도 해요.”
“……무슨 뜻이죠?”
“이 세계의 현재 상태 덕분에 작가한테 걸려들어서 원래의 개체에서 파생된 개체죠. 이 이야기에선 작가의 우주와 이어져 필요한 정보를 우주 어디에서든 이 이야기 안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맡았어요. 원리는 다르지만, 일회용이란 점은 당신과 마찬가지군요.”
“아니, 어떻게 그런……근데 이 세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데요?”
“이 세계 전체가 ‘무기한 유보 중’이죠.”
“예!? 무기한 유보 중이라니……?”
“작가는 이 세계를 이야기로 만들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많았어요. 이 우주의 창조주니까 ‘작가’라곤 하지만, 이야기가 될 만한 세계를 만들 능력은 내가 보기에도 영 아니거든요. 덕분이 이 우주엔 여기 같은 잡동사니만 널리고 널렸고요.”

잡동사니라면 맥락 없이 떠 다니는 세계의 파편의 집합들인가? 그런데 이 사람, 작가의 우주와 이어졌다면서 이렇게 대놓고 작가 흉을 봐도 되는 걸까? 그러나 나는 잠자코 이야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상황이 급변했어요. 작가가 이곳 세계의 핵심 소재 두어 가지를 다른 세계에 융합시킨 거죠. 그렇게 하는 편이 그 소재들을 다루기에 훨씬 수월하다고. 근데 작가는 그 소재들과는 딱 한 세계 안에서 끝장을 보고 싶어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버리지도 못해서, 우린 이 세계와 함께 통째로 영영 작가의 우주 안에 묻히게 됐지요.”

예상도 못 한 엄청난 사정을 전부 전해 듣고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아무튼 지금 당장은 나도 그렇고 다들 아무 명확한 역할이 없어요. 그래서 작가가 적당히 마음대로 날 파생시킨 거죠. 이런 이야기 같지 않은 이야길 쓰겠다고. 나 참.”

남자가 한숨을 쉬며 말을 끝내자 노을과 우주가 섞인 아름다운 세계에 정적이 흘렀습니다.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이대로 대화가 끝나면 내 존재도 여기서 끝날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지요. 이 사람이 말했듯이 어차피 난 일회용이잖아요? 그것도 정체성다운 정체성, 역할다운 역할은 고사하고 고유의 디자인조차 없이, 아마 이 우주의 작가가 좋아하는 듯한 곰인형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임의로 붙인 일회성 패러디 캐릭터 말이에요.

이러나 저러나 끝은 금방 오겠지만, 이대로 끝을 맞이하기는 싫으니까, 무어라도 물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잖아도 아까부터 줄곧 의아했던 게 있었거든요.

“……박사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뭔데요? 아, 스탠이라고 불러요.”
“네……저기, 스탠. 아까 로렌스 씨는 진작에 파기돼서 본 적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스탠은 그 사람이랑 많이 닮았어요. 어떻게 된 거에요?”

남자는 나를 뚫어지게 들여다보다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대답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대답해 줄까요?”
“네……? 여기는 무기한 유보 중이라면서요? 이야기가 만들어질 일도 없다면 애초에 스포일러도 있을 수 없을 텐데…….”
“은근히 얄밉게 들리지만 반박은 못 하겠군요. 그럼 적당한 선에서 대답해 보죠.”

그러더니 남자는 팔짱을 끼고서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난, 그러니까 파생 캐릭터가 아닌 원래의 나는 에버렛 박사의 남성판이라는 컨셉으로 디자인이 붙었어요. 로렌스 에버렛은 그 사람의 아버지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는데, 딸이 아버지 얼굴을 닮았다는 설정이 있었죠……그래서 작가가 이걸 비틀어서 R씨에게 장난질을 친 거에요. 엉뚱한 정보나 주입해 놓고 헛다리나 짚으라고.”
“그 작가란 사람은 당신한테 왜 그런 설정을 붙였죠?”
“그건 극비인데. 간단히 <왕자와 거지>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얼굴은 판박이.”
“저……이거 물어봐도 될까요? 누가 왕자고 누가 거지인지.”
“아무도 거지엔 안 어울릴 것 같고, ‘공주와 서민’ 정도로 바꿔 보죠. 아니면 ‘여왕과 용병’, 이라든가…….”
“‘여왕과 의사’가 아니고요?”
“그렇게 치면 에버렛 박사도 의사인데 나만 의사인 것도 이상하죠. 아, 작가가 쓸데없이 정보를 흘리면 이 스토리를 여기서 갑자기 마무리할 거라고 하니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죠.”

남자는 급히 말을 맺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여왕과 용병’에 호기심이 동했습니다. 눈앞의 이 남자가 ‘용병’이라면, 그 ‘용병’과 흡사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는 어떤 ‘여왕’이지?

“박사님, 에버렛 박사라는 분이 어떤 분인지 보여 줄 수 있어요? 아까 저한테 우주 바깥을 보여 준 것처럼요.”
“보여 준 사실을 본인이 알면 싫어할 걸요. 딱 한 장면만 보여 주죠. 내가 보여 줬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내 세계의 파편 하나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단시간의 작은 파편을 직접 보고서 바로 곁에 선 남자의 외모가 ‘에버렛 박사의 남성판’이라는 말이 제대로 수긍이 갔습니다. 한 장면만 가지고 이 여성과 ‘여왕’의 연관성을 짚어낼 수는 없었지만요.

“……참, R씨. 고백할 게 있어요.”
“고백이요?”

남자는 세계의 파편을 슥 치우고 말을 이었습니다.

“사실 내 이름은 스탠리가 아니에요.”
“예?”
“작가가 스탠(Stan)이란 애칭을 쓰고 싶어서 그 이름을 나한테 붙였었는데, 무슨 힙합곡 하나 때문에 스탠의 뜻이 이상해져 있다더라고 당황해서 취소해 버렸어요.”
“그럼 지금 성함은 뭐에요……?”
“없어요. 계속 닥터(박사님)라고 부르든가, 걍 스탠이라과 부르든가, 편한 대로 불러요.”

나는 어이를 잃고 맥이 빠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름이 없는 남자는 표정을 다시 진지하게 고쳤습니다.

“일회용으로 끝나는 게 정 힘들면, 이야기 Cdnz의 ○○를 찾아가 봐요. 그 사람, 집 한구석에 아예 귀여운 캐릭터 상품들만 모셔 놓는 제단을 차렸거든요. 당신은 짝퉁이지만 실물 사이즈에 움직이고 진짜처럼 허공에 띄운 텍스트로 대화하니까(이게 소설이라 표현이 안 돼서 그렇지), 당신을 보면 이게 웬 횡재냐며 집에 들이고 귀여워해 줄지도 모르죠.”
“짜, 짝퉁…….”
“아, 그런다고 진짜처럼 빈둥빈둥 놀고 먹진 말고 동거인으로서 할 일들엔 착실히 참여하고 그래요. 그 사람도 일이 고되니까. ……어때요? 이 방안.”
“……생각해 볼게요. 너무 갑작스런 말씀이라.”
“알았어요. 그럼.”

그러고서 남자는 입고 있는 검은 야구점퍼 주머니에서 무언가 하얀 것을 꺼냈습니다. 손에 들린 것은 하얗고 먹음직스런 당고였어요.

“이 이야기 같지도 않은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이거라도 먹으면서 이곳의 절경을 같이 감상해요.”

나는 군말 없이 당고를 받고 남자와 함께 이 신비로운 하늘 안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우주와 저녁 노을이 조화롭게 섞여 세계의 갖가지 파편을 품은 아름다운 공간을 내다보며 당고를 한 입 물었어요. 과연 당고는 세상에 둘도 없는 꿀맛이었지요. 순간 이 우주 바깥에 실존하는 곰인형 캐릭터가 당고라면 사족을 못 쓴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패배감이 입 안에 퍼졌지만, 그건 곧 당고 맛에 가려져 희석되었습니다. 물론 내가 만들어진 목적도, 이곳에 온 이유도, 앞으로의 일에 대한 고민도 함께요. 그리고 언어로는 표현할 수도 없는 이 경이로운 광경의 세계가 끝내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못하리라는 아쉬움을 이 세계의 주민 한 명 옆에서 달콤하게 곱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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