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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게 묻는 안부

눈물이 많은 그 아이는
제 수명을 갉아 눈물샘을 막곤 하였다

죽음은 참아낸 눈물 방울들과
재회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그 아이는 웃으며 말하곤 하였다

어제도 소리 없이 입술을 달싹여
그 말을 되풀이한 아이의 한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소리 없이 흘렀다

나는 끝을 예감하고 너는 안부를 연습한다

잘 있었니, 눈물들아
생을 지나 너희의 목소리를 들으러 왔단다
틀어막아 기억 너머로 흘려보낸 목소리를 들으러

막고 삼켜 보낸 수십억 눈물들의 이름을
너는 그때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너의 수명을 갉아 쌓은 제방 너머
수십억 방울의 눈물은 수십 년의 호수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풍덩,
연습한 안부를 가슴에 안고 너는 호수에 몸을 던졌다

여행길은 찰나였다
수십 년의 호수에 보탤 부질없는 눈물 한 방울도
나의 가슴은 너를 대신하여 자아내지 못한다

생명의 둑을 넘어 눈물이 된 아이야
수십억 목소리의 혼재 안에 잠긴 너는 잘 지내고 있니
슬프도록 맑은 무형의 거대한 호수에
눈물이 된 너는 어떤 이름을 붙일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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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
아마도 사랑의 빛, 검정
#17
왕이 없는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