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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날개자리의 흰날개성운 5

작은 낙원을 지탱하던 소년과 소년을 지키던 소녀의 이야기
검은날개자리의 흰날개성운



5. 백은천로와 승천의 기억



천문연구소장의 뜻밖의 방문이 있었던 저녁으로부터 다시 사흘 후. 달은 낙원 사람들이 본디 알고 있는 그 빛깔을 완전히 되찾았다. 길게는 두 달이 넘도록 밤낮으로 혼란과 고통을 호소하던 주민들 또한 안정을 되찾았다.

낙원의 모든 것은 원래의 낙원으로 되돌아왔다. 크리스타만 제외하고.

크샨나에서 가장 규모가 거대한 산맥의 한 줄기 끝에서 이타라로 추정되는 인간의 생체 에너지의 흔적을 감지했다는 소식이 대신관에 전해지기는 하였으나, 그 인간의 현 위치는 아직 파악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미봉책’의 시행이 조금이라도 지체되었다면 시민들이 이성을 버리고 대신관까지 밀고 들어왔을지 모른다며, 오늘 오전의 목적지로 향할 채비를 마치고 나와 근엄하게 가슴을 쓸어내리는 대신관장 옆에서 아이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향할 곳은 낙원 최대의 산악지대인 변방에서 가장 높은 산 ‘깃털구름’ 중턱에 위치한 ‘백은천로’. 수천 명의 크샤앤나들이 수천 년의 전통을 이으며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었다.

아이레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백은천로에 발을 들인 일이 한 번밖에 없었다. 열 살을 맞이하여 정식으로 이라가 되고서 위원회와 지방정부 등 낙원 각지에 자리한 지도자 조직을 순회하던 때의 일이었다.

대신전과 그 관할 기구, 1년에 세 번 주민들과 마주하는 필란테 시민 광장, 그리고 3년에 한 번, 짧게는 사흘, 길게는 일주일 간 대신전 사람들에게 이끌려 방문하는 타 지방들만이 아이레가 접하도록 허락된 세상의 전부였다. 낙원 안, 때로는 낙원 바깥까지 포함한 그 외 세상에 관해서는 불어 지나가는 바람으로부터 이따금 듣곤 하지만, 그렇게 얻는 정보는 단편적이고, 그조차도 바람이 일부분 적당히 걸러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얀 날개의 전령이 또 한 사람 슬픔의 나락에 빠지는 건 싫어—

이유를 넌지시 묻자 바람은 넌지시 답했다.

대답은 단지 그뿐이었다. 자연은 거짓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사실을 고하지도 않았다. 바람이 말하는 슬픔의 나락이란 대체 어떤 슬픔인지 아이레는 알 수 없는 가운데 막연한 불안을 느꼈다.

불안은 때때로, 열 살 적 별의 언덕을 이루는 토지 구성물로부터 전달받은 어느 광경의 공포와도 닮았다.

6년 만에 다시 항공기를 타고 백은천로로 향하는 오늘, 아이레의 마음속에 가득 맴도는 것은 좀처럼 발 들일 일 없는 세상 한 구석을 다시 한 번 보러 간다는 기대감도 그처럼 생경한 곳에서 있을 공적인 일정에의 부담감도 아니라, 바람의 그 대답이 불러온 것과 비슷하고 막연한 불안감이었다.

낙원 바깥 어딘가에서 목숨을 부지하고 있을 크리스타를 진짜로 찾아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 가운데 낙원 안 대신전의 일상은 전과 별다를 바 없이 흘러가고 자신은 몸 편히 평소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 또한 아이레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누구에게도 내색할 수는 없었다.

크리스타를 대신해 곁을 지키고 있는 성기사 니콜은 마음이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 자신에게 말하라고 상냥히 말을 건넸었고, 아이레는 그 배려에 미소로 답례했다. 그러나 힘든 속마음을 이 청년 성기사에게 내비칠 엄두는 나지 않았다.

크리스타와 마음껏 속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마음으로 직접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크리스타와 함께 보낸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전 대신전 사람들을 태우고 높이 날아올라 한참 구름 사이를 지나던 항공기들은 드높은 깃털구름산 중턱에 위치한 이착륙장에 착륙했다. 착륙장에는 은익을 필두로 한 백은천로의 크샤앤나들이 대기하고 있다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일행은 백은천로 청사에 들러 착륙장에 마중 나온 이들에게서 백은천로의 현황에 관하여 전해 듣고 이를 주제로 토의한 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 일정을 위하여 밖으로 나섰다.

이동할 장소는 이 마을보다 더 높고 훨씬 좁은 곳에 위치하며, 그곳까지의 이동 수단은 소형 수직이착륙기밖에 없기에, 대신관 사람들 중에서는 아이레와 니콜, 대신관장, 부신관장만이 접근이 가능했다.  다시 한 번 항공기에 탑승하러 마을의 대로를 지나는 동안, 아이레는 두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와 전신 대부분을 은백의 천으로 가린 크샤앤나와 도합 다섯 명쯤 마주쳤다. 은익의 로브가 백은천로 수장으로서의 증명이라면, 이들의 은백색 천은 대신전에서의 이런저런 가르침대로 표현하자면 ‘세계 하나를 유지하는 초월적인 힘 앞에 깨끗하기 위하여’ 육신을 가리는 정화의 도구임을 아이레는 알고 있었다.

6년 전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이곳 백은천로의 크샤앤나들 중에는 이런 차림을 한 이들이 있었고, 아이레를 비롯하여 백은천로행이 처음인 모든 이들은 은백색 천을 두른 자들에게는 예를 표해야 한다는 당부를 사전에 받았다.

낙원에서는 50만 명 가량의 크샤앤나가 450만 명 정도의 인간과 똑같이 낙원을 누리고 있다고 배웠으며, 1년에 몇 번 잠깐씩 눈으로 본 그들은 날개 없는 자들과 어우러져 날개 없는 자들과 동일한 생활을 영유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 50만 중 수천, 오늘에야 두 번째로 직접 보는 백은천로의 크샤앤나들은 달랐다. 백은천로는 주민의 거주지라기보다 대신전과 비슷했고, 여기에 사는 이들은 주민이라기보다 신관 같았다.

목적지는 ‘승천의 기억’이라 불리는 곳으로, 은익에 의하면 승천한 자들의 숭고함을 낙원의 집합 무의식에 아로새기는 성지라고 한다.

“승천은 비밀리에 거행되기에 낙원 사람들은 언제 승천이 행해졌고 누가 승천을 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의심 많은 이는 승천이 실재하는지 또한 의심하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만인의 집합 무의식이 승천은 엄연히 실재함을 믿고 승천의 숭고함, 나아가 필수불가결함을 잊지 않도록, 승천의 기억에 승천한 자들이 지상에 남긴 흔적을 모시고 있습니다.”

대신관장과 은익, 아이레, 그리고 이타라의 대리인 니콜을 태운 소형 수직이착륙기 안에서 그 장소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아이레에게 은익은 그렇게 답했다.

“낙원 사람들을 묶는 집합 무의식의 힘은 강하답니다. 개인의 의식은 외부의 그릇된 정보에 미혹되곤 하지만, 집합 무의식에 내재하는 지침은 그 지식에 의구심을 제기하지요. 그렇기에 낙원 사람들은 간혹 그릇된 생각에 빠지더라도 다른 구성원들의 도움과 자신 안의 집합 무의식의 힘으로 오래지 않아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최근의 적월식도, 이를테면 방금 말씀하신 외부의 그릇된 정보인지요?”

아이레는 망설이다 구태여 물었다. 은익이 답하려던 때에 옆에서 헛기침 소리가 났다.

“허허. 거기까지 추측을 해 보시다니 과연 영리하시군요. 허나…….”

끼어든 대신관장은 뜸을 들였다 말을 이었다.

“방금 은익께서 언급한 외부의 그릇된 정보란, 사람들의 지적 한계와 소통 불능 같은 크고 작은 오류 때문에 왜곡되고 변질된 정보거나, 아니면……아주 드물게, 천 년에 한두 명 정도, 누군가 악의에 물든 자가 낙원을 어지럽히려고 고의로 퍼뜨리는 허위 정보입니다. 사람이 지닌 정신의 한계나 흠의 산물이죠. 하지만 적월식은 말입니다, 쉽게 말해 자연 현상이에요. 외부의 그릇된 정보와 마찬가지로 낙원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에 빠뜨리지만, 자연재해입니다. 낙원 이전부터 있었고, 낙원을 유지하는 힘으로 막아 온 자연재해. 아니, 우주재해라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리겠죠……안 그렇습니까, 은익?”

항공기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거의 맞는 말씀이군요.”

은익은 잠시 후 입을 열고서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그 정도 설명이면 적정하겠습니다.”

그때 기체에 작은 진동이 일었다. 항공기들은 둘레의 반 이상이 바위로 둘러싸인 작디작은 이착륙장에 착륙했다.

바위 틈으로 좁다랗게 난 인공의 통로를 걷는 동안, 주변에는 사람 하나, 바람 한 점 없었다. 동물이나 곤충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드높고 적적한 곳이군. 허나 사람이 돌본 흔적에서 느껴지는 꼼꼼함은 놀라울 정도요.”

대신관장은 발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둘러보다 말했다.

“워낙 높고 협소한 공간이기에 대부분의 관리를 마을에서 원격으로 행하고 있지요. 저희 조상들이 제단을 조성하면서 아주 약간의 현상유지력을 고정시켜 두었기에, 지금까지 간단한 원격 관리만으로도 시설의 보존은 충분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은익이 답한 때, 일행의 눈앞에 방금 전 내린 이착륙장의 반쯤 되는 평평한 땅이 펼쳐졌다. 그 평지 너머의 공간을 가리듯, 어른 키의 세 배쯤 되는 높이의 뾰족한 바위들이 저편에 조금씩 엇갈리게 겹친 모양으로 서 있었다.

“여기가 승천의 기억의 입구입니다.”

은익이 소개하며 먼저 바위들을 향하여 나아갔다. 한 손을 뻗어 맨 앞의 바위에 대자, 곧 바위들이 육중한 소리로 지면을 울리며 길을 텄다.

“세 분은 저를 따라오시고, 나머지는 이 앞에서 대기하시길.”

아이레와 니콜, 대신관장만을 데리고 은익은 갈라선 바위 사이로 들어갔다.

이 높고 험준한 산꼭대기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원형극장을 방불케 하는 공간 하나가 파란 하늘을 위에 받치고서 무어라 형언하기 어려운 엄숙한 분위기로 네 사람 앞에 펼쳐져 있었다.

중앙의 원형 공간에는 작고 단출한 원탁형의 제단이 놓여 있었고, 그 둘레로는 차분한 회색의 석조 블럭이 빼곡히 정교하게 쌓여 계단형을 이루었으며, 이 블럭들 사이로 난 열두 방향의 계단 중 하나는 일행 앞을 향하고 있었다. 입구를 막고 있던 바위와 비슷한 바위들이 드높이 서서 가장자리를 둘렀고, 어느 바위의 표면에도 빠짐없이 무언가 동일한 모양의 길고 하얀 물체들이 드문드문 고정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제단 위에도 저 하얀 물체와 비슷한 무언가가 모셔져 있는 듯했다.

“제일 먼저 제단으로 내려가 볼까요.”

은익의 안내대로 일행은 계단을 내려가 제단 앞에 섰다. 회색 표면에 하얗고 큰 물결 무늬가 굽이치는 석조 제단 위에 검은색 천이 깔렸고, 그 위에는 투명한 결정체가 새하얀 깃털을 품고 누워 있었다.

“이것이 최초의 승천자 소요라 님께서 지상에 남기신 흔적입니다.”

투명한 결정체 안에 가로로 뉘인 먼 조상의 흔적을 아이레는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길이는 25페시(1페시 = 2.5센티미터)쯤으로 아이레가 가장 최근의 깃갈이를 하면서 목격한 자신의 가장 큰 깃털보다 조금 더 길었고, 모양으로 보아도 틀림없이 크샤앤나의 깃털이었다.

“4천 년도 더 전의 깃털이라고는……믿기지 않는군요.”

니콜이 꺼낸 말에는 감탄이 어려 있었다.

“이 성지에 고정시킨 현상유지력의 힘이지요.”

은익이 조용히 답했다.

“한 번의 승천이 낙원에 미치는 영향력은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 크샤앤나의 몸을 떠난 깃털은 부식해 10년 이내에 형체를 잃지만, 이곳에 모셔진 깃털들은 현상유지력의 영향을 받는 동안에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이 보존됩니다.”
“이 수는……?”

아이레는 소요라의 깃털을 봉한 결정체 앞 금속판에 고대문자의 숫자로 적힌 3899995671이라는 수를 보고 은익에게 물었다.

“저희는 각각의 깃털이 지상에 남은 해를 당대 이라의 성함과 해당 재임 연도로 표기하지만, 소요라 님의 승천 연도는 크샨나의 연령으로 표기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328년 전, 크샨나가 38억 9999만 5671살이 된 해가 우리 아토력의 기원년이죠.”

대답을 듣고 아이레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성지를 두른 바위들의 표면에 밀착한, 주인이 누구인지 모를 수백의 깃털은 하나같이 깃촉이 지면을 향하고 있음이 이 낮고 먼 위치에서도 보였다.

그 모양이 마치 고향별의 중력을 그리워하는 듯하다고 생각한 때, 아이레의 머릿속에 의문이 새삼 스쳤다.

오늘 백은천로에 와서야 전해 들은 승천의 기억 방문 일정.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승천의 기억은 기본적으로 백은천로 크샤앤나 중 간부들에게만 출입이 허가된 시설이라지만, 이라나 대신관장이라면 재임 중에 한 번은 반드시 은익의 초대를 받아 방문하게 되어 있다고 하니, 방문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째서, 무엇 때문에 이라의 수호자, 이타라가, 크리스타가 실종되고 이라인 나의 곁에 없는 오늘이 승천의 기억 방문일로 정해져 있는지?

“이제 저 위를 둘러보…….”

아이레의 귀에 들리던 은익의 말소리는 중간부터 끊겼다. 지면이 발을 잡아끄는 듯한 감각에 놀란 순간, 순서 없이 급격히 떠올랐다 사라지는 영상과 소리가 아이레의 의식을 지배했다.

전신을 검은 옷에 감춘 사람들. 어둑한 불빛 속의 웅얼거림. 누군가의 맨 등에서 뽑혀 핏줄기를 아래로 늘어뜨리며 들어올려지는 피투성이 하얀 날개.

—낙원의 작고 평범한 생명으로서……—

화자를 알 수 없는 기괴하고 엄숙한 목소리.

그리고 또 다른 날개. 저를 주인에게서 강제로 떼어 낸 손아귀 안에서 마치 살아 있는 듯이 경련하는.

—……하늘길에 합류한 자에게 축복을……—

엄숙한 목소리가 손톱을 세워 고막을 뚫고 들어와 머릿속을 긁는다.

이러지 마. 제발. 그만해……!

누구에게 던지는 절규인지, 그리 절규하는 것이 자신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는 채 아이레는 몸부림쳤다. 그 몸부림도 이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검은 돌풍 안에 휩싸였다.

“……아이레 님!”

검은 돌풍을 뚫고 아이레에게 부딪힌 것은 젊은 남자의 외침이었다. 아이레는 눈을 번쩍 떴다.

의식을 온통 지배하던 영상과 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의식은 현실로 돌아왔다. 거센 바람이 몸을 스치고 흔드는 가운데, 니콜이 자신을 안은 채 바닥에 엎어져 꽉 붙들고 있음을 깨달았다. 고개를 힘겹게 돌려 보니 하늘에 가득하던 파란빛은 온데간데없고 시커먼 구름 같은 것이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아이레의 시야 안에서 평정을 지키고 있는 것은 수백의 새하얀 깃털뿐이었다. 흔들림 하나 없는 깃털들이 눈에 들어온 때, 성지 안을 맴돌던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하면서 구름도 함께 옅어졌다.

“이……이게 무슨!?”

마침내 바람이 멎자, 당황과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외치는 대신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레 님……괜찮으십니까?”
“……네, 덕분에…….”

일으켜 세워 주는 니콜의 물음에 답하면서 아이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늘에는 아직 잿빛이 감돌았고, 대신관장은 저만치 밀려나 경사면에 팔을 짚고서 상체를 일으키는 중이었으며, 은익은 제단에서 조금 떨어진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다들……무사하십니까?”

잠시 후 은익이 일어서서 물었다. 네 사람이 힘겹게 돌아와 앞에 두고 선 제단은 조금 전과 무엇 하나 달라져 있지 않았다. 소요라의 깃털과 그것을 감싼 결정체는 물론, 제단 위에 깔린 검은 천도 그대로였다.

“안위를 묻는 건 고맙소만……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현상유지력이 작용하는 구역에 이런 기상이변이 발생할 리 없잖습니까?”
“그건……현재로서는 저도 원인을 모르지만, 저희의 관할 구역이니 저희가 책임지고 조사하지요.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대신관장과 은익이 말을 주고받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아이레는 퍼뜩했다.

익숙한 휘장을 두르고서 누군가의 적출된 날개를 높이 든 자. ‘축복’을 중얼거리던 자. 그들이 저 둘에게 겹쳐 보였다. 영영 외면하고 싶었어도 이제는 외면할 수 없게 된 감각이었다.

“……아니야…….”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레는 중얼거렸다.

“……아니……야…….”
“아이레 님?”
“……이라?”
“이라?!”

니콜과 은익, 대신관장 앞에서 아이레는 균형을 잃고 무너질 듯한 몸을 필사적으로 추스렸다. 여기서 기절하면 끝이다. 그렇게 직감했다. 아니,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무언가가 그렇게 속삭였는지도 모른다.

“……전, 괜찮습니다.”

팽팽 도는 머릿속을 붙잡고 아이레는 중얼거렸다. 곁에서 니콜이 팔을 붙잡는 것을 뿌리칠 기운은 없었다.

“이거……이라의 상태도 걱정이 되고, 어서 내려가는 게 좋겠습니다.”
“신관장님 말씀대로 하지요. 마을 이착륙장 근처에 병원이 있으니 거기부터 들릅시다.”

대신관장과 은익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사이 하늘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푸른빛을 완전히 되찾았다. 그러나 네 사람이 성지 바깥의 대기조와 합류해 항공기를 타고 아래로 떠나갈 무렵에는 노을빛이 서서히 하늘에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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