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곁을 떠남으로써 내 안에서 너라는 도피처를 말끔히 도려내고 비로소 여기까지 왔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때 내 마음에서 뜯어내 시간의 강물에 띄워 영원히 떠나보낸 것은 네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 그 자체의 가장 중요한 일부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후의 치열한 삶이 그 구멍을 메꾸려는 몸부림이었음도. 그렇게 해서 손에 넣은 현재는 과연 어떤 가치가 있을까. 내 손으로 밑동까지 반으로 도려낸 나무가 예전처럼 반듯하게 고루 가지를 뻗고 사방으로 송이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까.


- 2017.04.06. (2017.04.25.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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