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 귀엽다……!"


그것이 내가 그 애의 침대 위에 얌전히 앉아 있는 봉제 곰인형을 보자마자 내뱉은 탄성이었다. 언동도 표정도 조용하고 무뚝뚝한 그 애의 평소 분위기가 믿기지 않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런 곰인형이었다.


"만져 봐도 돼?"


인형을 가리키며 조심스레 묻자 그 애는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에서 곰인형을 안고 돌아왔다. 품에 안은, 갓난아기 정도 크기의 인형은 생김새만큼이나 부드럽고 폭신했다.


"좋겠다. 이런 귀요미가 침대에 있으면 잠도 잘 올 것 같아~"

"……너 줄까?"


조금 간격을 두고 곁에서 들려 온 말에 귀를 반신반의한다.


"에? 소중한 인형일 텐데……."

"괜찮아. 데리고 가도 돼."


같은 반 친구의 표정은 언제나 그렇듯 이렇다 할 변화가 비치지 않았다. 인형을 안은 채 나는 그 얼굴을 한동안 들여다보다 겨우 입을 열었다.


"고마워……소중히 아껴 줄게."


곰인형을 꼭 끌어안으며 웃는 얼굴로 답례하다 문득 물어볼 것이 떠올랐다.


"……얘, 혹시 이름도 있어?"

"보리."


나는 내 인형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붙였기 때문에 에이 설마 하면서도 혹시나 해서 먼저 물었던 것이지만, 이 애가 진짜로 인형에게 이름을 붙여 놓았다는 사실에는 크게 놀랐다.


"보리구나! 보리야, 우리 잘 지내자~"


인사를 나누는 듯이 보리의 팔을 살짝 잡고 흔들어 보는 나에게 그 애의 시선이 왜인지 굳게 고정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날 이후로 그 애가 우리 집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 집에 온다고 해도 그저 내 실없는 이야기 몇 마디를 묵묵히 듣거나, 함께 숙제를 하거나, 베란다의 조그마한 화단을 말없이 들여다보는 정도가 둘이서 하는 일의 전부였다. 공부도 잘 하고 성실하고 모범적이기로 온 동네에 소문난 그 애가 나와 가깝게 지내는 것을 엄마는 은근히 반기는 눈치였다. 어느 날 테이블에 함께 앉아 숙제를 하다 엄마가 가져다 주신 쿠키를 오물거리며 그 애에게 요즘 우리 집에 자주 오게 된 이유를 넌지시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보리가 잘 있나 보려고."


침대 위에서, 이 애보다도 더 말이 없는 보리는 언제나 그렇듯 그 동그란 눈으로 우리를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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