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할 법한,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치열하게 논의되어 온 '나=사람은 왜 태어나서 왜 사는가'라는 의문.


그 겹겹의 의문이 쌓아올린 21세기의 하루를 살면서 팔자 편한 생각에 잠겨 본다. 이 문제를 꼭 개개인이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하는 것일까.


무한한 우주에 생명이라는, 인류라는 먼지만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인간 한 명 한 명의 탄생과 삶, 죽음은 그 시스템의 자그마한 일부고, 인류 문명 또한 이 물질(육체)·비물질(정신)의 시스템이 살아 움직이는 가운데 구축된 시스템 속의 시스템일 뿐이고.


내가, 우리가 태어나 느끼고 사고하고 행동하며 개인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그저 끝없는 우주 속에 생겨난 어떤 미미한 혼돈의 질서 때문이다. 그 질서의 일부로서 살아 있는 한, 생존본능을 스스로 꺾지 못하는 한, 사람은 '나는 왜 태어나서 왜 사는가' 따위를 따지기도 전부터 터득해 온 삶의 양식대로 삶을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게 사람이라는 존재와 인생의 의의다. 그보다 적극적으로 '나는 왜 보람도 없이 단조로운 일상을 반복하지?' 같은 고민을 품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나로서는 그 정도까지 진지하게 인생을 고민해야만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왜 이런 하루하루를 살아가나'라는 의문이 진심이 된 순간 닥쳐올, 그야말로 죽지 못해 간신히 숨만 쉬고 살아가는 절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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