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하고, 직접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다만 작곡에 무슨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끈기도 없고, 마우스로 음만 겨우 입력하는 수준을 여태 못 벗어나니 어디 가서 작곡을 한다고 말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러니 스스로 곡을 만들기보다는 다른 뮤지션들의 곡에서 내 음악적 이상에 부합하는 음악을 찾게 되는데,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작품이 나를 대신해 내 취향과 로망을 구현해 주기를 바라는 일은 허무맹랑하고, 음악은 더더욱 그렇다고 느낀다.


실제로 저것에 충분히 부합한다 싶은 음악가는 손에 꼽을 정도뿐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손에 꼽을 수 있는 음악가들이 있고 그 중에서도 최상인 한 명은 '이건 사기다' 싶을 정도로 음악적 이상에 들어맞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운이 좋은지도 모른다.


다만 그 한 명의 음악조차도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좇는 취향이나 로망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고, 나머지는 불일치의 정도가 더하니, 결국 타인의 음악 세계는 타인의 것일 뿐임을 거듭 깨닫게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불일치 덕에 안심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음악은 나만이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실현 가능성이야 어떻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묘한 안도감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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