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가 없으니까 비뚤어지지'라는 관념은 폭력적이도록 단편적이다. 당사자에게도, 친부모의 역할을 대신한 양육자 및 보호자에게도. 설령 사람이 친부모가 곁에 없어 친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면 어딘가는 비뚤어질 수밖에 없음이 사실이라 해도, 어디가 얼마나 악영향을 받는가는 친부모가 어떤 식으로 부재하는가, 친부모의 부재와 그 외 외부 환경 요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에 크게 좌우될 터이다. 편부모도, 날 때부터 보살펴 주고 곁에 있는 친부모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어떤 식으로 길렀고 대했는가, 어떠한 인간인가, 부모-자녀 관계와 주변 환경 사이에 어떠한 영향이 오가는가가 자녀의 인간성 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 될 말로 '없느니만 못한 부모'들도 이 세상에는 분명히 있다. 더구나 이 모든 경우에서 공통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은 자녀 본인이 어떠한 기질을 지니고 어떤 정신 구조=외부 세계(부모 포함)를 해석해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가이며, 이 섬세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체계는 개인차도 실로 천차만별이며 스스로의 의지로 마음대로 개변할 수 있지도 않다.


결국 친부모가 없어도 안정적인 인간성을 구축할 사람은 얼마든지 본인을 올곧게 다듬을 수 있으며, 친부모가 곁에서 사랑을 펑펑 퍼부어도 인간 쓰레기가 될 사람은 결국 망가지고 마는 거다. 대강 말해 우리 대부분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각자가 타고난, 혹은 터득한 방식대로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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