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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누구를 위하여 거울은 깨지나

2018.03.27.

거울이 깨지는 소리의 날카로움은
두 눈 두 귀 닫은 자들을 위함이 아니다

금강의 결의 고이 모아 내밀어도
끝내 외면한 굶주린 시선들 앞에
거울은 무엇 하나 비추지 않으니
끝내 고막을 틀어막은 귓가에
파경의 절규는 굉음에 지나지 않으니

빈 거울의 파열음 요란하다 비웃는 자들아
그대들은 눈도 멀고 귀도 먹으리니
그대들은 진창 같은 굶주림에 죽어가리니!
산산이 부서진 거울 조각의 미로를
미쳐 헤매던 눈먼 농인은 저주했다

방황하는 자 적막의 어둠에 갇힌 자
전부 죽고 삭아 잠잠해진 먼 훗날
거울 조각의 폐허에 발걸음한 그대여
결연한 그 눈 그 마음 겸허히 열어
흔적조차 묘연한 거울의 행방 물어 다오

혹시라도 거울의 마지막 조각 마주치거든
그 날카로움 두려워 손을 놓지 말아 다오

그대 그 눈빛 그 마음 금강처럼 빛난다면
거울 조각은 그대 그 조심스런 손끝에
피 한 방울 아픔 한 가닥 맺지 않으니
먼 옛날 산산이 부서져 그린 미로의 끝으로
그대 내민 손 잡아끌어 인도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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