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 않는 얼음 모래는 중력의 시간을 거듭 쌓는다모래의 고향은 어디며 시간의 끝은 언제쯤인지차가운 유리 밖 투명한 눈빛은 알지 못한다그저 마지막 반짝임의 착지를 붙잡아또 한 바퀴 시간의 낙하를 그린다‘돌아가라’태양빛 냉혹한 울림은 그날 말했다떠나온 적 없는 곳으로 돌아가라고‘돌아가자’달빛 따스한 울림은 그날 말했다떠나온 적 없는 곳으로 돌아가자고‘어디로?’...
그대와 나 처음 만난 순간은 언제쯤인가처음으로 하얀 벤치 반으로 나누어 미소 짓던 때인가처음으로 소리 내어 인사 나눈 때인가처음으로 눈빛 스쳐 교차한 때인가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대와 나의 영혼 태풍에 실어한 운명 안에 뒤얽은 어여쁜 나비의 날갯짓인가아아, 그러나어느 생소한 나비의 어지러운 날갯짓 너머저만치 앞에 돌아선 그대 낯선 뒷모습지금 이 낯선 회한의 ...
햇살은 깨지 않아도 좋을 꿈처럼 따스하다꿈은 여린 솜털을 달고 미소의 숨결에 날려사방에 샛노란 미소의 꿈을 심었다머나먼 미소의 지도를 너는 엿들은 모양이다귓가를 간질이는 너의 속삭임은 솜털처럼 희미해감정의 자취만을 남긴 봄 꿈결 같았다그러나 머나먼 미소의 풋풋한 향기는귓가에 스며 입가에 미소를 그려 주었다
억겁을 뒤덮은 저 구름 사이로 띄워 보낼 사유를누군가는 이 밤에도 고요히 다듬고 다듬겠지구름 너머 하늘과 겸허히 마주할 작고 맑은 희망을 잿빛이 뒤덮은 이 땅에 햇살 한 줄기 비치지 않아도이 밤에도 차고 기우는 달빛 한 웅큼 배이지 않아도구름 너머 하늘의 마음을 티 없는 가슴으로 우러르며
핏기 잃은 창밖에 수만 초록빛 건반이 물결쳤다물기 어린 보호색의 공명이었다넌 누구, 빗방울?아니, 나는 바람끝없는 우기를 방랑하는 바람명징한 초록이 또랑하게 흔들렸다오랜 회색 물기를 한 번 갈랐다넌 어디서 왔니?내 선율로 가른 그 틈새 너머에서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찬란한 세계에서왜 돌아갈 수 없어?이 장마에 끝이 없으니까이 장마 속에서 너희를 보았으...
넌 참 좋은 사람이야이유는 모르지만이불 속에서홀로 속삭이곤눈을 감고별과 달만이청정히 빛나는영원한 칠흑의 밤을기도했다
"아카샤……왜……." 방금 '그녀'에게 들은 말을 남자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당신에게 크나큰 상처를 입힌 게 너무나도 미안해서, 사죄하고 어떻게든 모든 걸 되돌리고 싶어서, 온갖 죽음의 위기도 무릅쓰고 세계의 비밀을 캐내면서까지 이곳에 왔는데, 어떻게?! "당신이 모든 우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여신이라고……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날 기억하지 못...
살면서 만나거나 알게 된 소중한 이들의 죽음은 실시간으로 접하고 애도해도, 그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은 바로 그 순간에 축하해 줄 수가 없다. 인간은 원래 일방통행하는 시간의 세계를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제한적으로나마 시간 여행이 상용화된 세상이니, 20년 전 고인이 된 그 사람이 탄생한 과거의 그때로 가서, 아무 민폐도 끼치지 않고 다른 누구...
"오랜만이에요. 다섯 달 만에 뵙는 듯한데, 그간 별일 없으셨죠?""예, 실은……첫 제품 개발로 눈코 뜰 새가 없었네요. 출시 직전이니 말씀드리자면,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음이 들리게 설정할 수 있는 인터폰을 개발했거든요.""사람에 따라……, 휴대폰의 개별 벨소리 지정 기능과 생체 인식 기술을 합쳐서 넣은 것과 같은가요?""그런 셈이네요....
조각난 마음을 하얗게 빨아 주말의 햇빛 아래에 널었다음표처럼 걸린 조각들은 파란 바람에 맑은 소리 울리다하나 둘 바람을 타고 저 멀리 사라져 갔다마지막 빨래가 작아져 마침내 사라지는 눈 시린 영상 앞에서 내 발은 땅을 내내 붙들고 있었다
인간의 별은 언어의 자갈로 그 핵을 둘렀다언어의 표피, 언어의 바다, 언어의 대기숨쉬는 공기의 무게와 단단함 모른 채언어를 깃털 삼아 날아오른 끝은 어디인가낙사한 천진한 꿈들의 파편이행성의 표피를 개울처럼 새살대고언어마저 녹는 맨틀을 용감히 헤엄쳐 간유일한 우체부는 오늘도 돌아오지 않는다내 한 몸 누일 최후의 안식처에수의처럼 하얗게 쌓인 수취인 부재의 편지...
그것은 당신 안에 물오른 미완의 도표고아한 매혹의 화서로 통하는길은 갈래갈래 불가해의 미궁냉정, 냉담, 무정, 변덕, 변심, 진심어느 단어도 막다른 샛길그 끝에 비친 빛깔은 단지 당신의 일각미궁의 심층 향해망설임 끝에 수직으로 낙하한 시야 속당신은 진한 와인빛그 원료의 빛깔 모를 당신 앞에서나는 지금껏 삼킨 과실의 빛깔을 되새겼다손 뻗으면 언제고 닿은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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